우리가 경각심을 갖든 아니든,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CTO님이 공유한 글 한 편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스타트업의 이야기였지만, 읽는 내내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CTO님이 공유한 글 한 편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임양성 · 2026년 4월 · 로봇 산업 · 일상의 단상
얼마 전 우리 회사 CTO님이 링크 하나를 공유했다. 제목은 "당신의 스타트업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을 수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읽는 내내 묘하게 불편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니어도, 그 안에 담긴 질문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의 핵심은 간단했다. 2년 이상 된 스타트업 대부분은 이미 구식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AI는 개발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꿨고, 시장은 재편되고 있으며,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헤쳐나가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것.
"오늘의 도구로 오늘의 시장에서 창업한다면, 실제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 Steve Blank
이 질문을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닌 나 자신에게 대입해봤다. 지금 로봇 산업에서 일하는 나는, 산업의 변화를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고객 요구사항을 스펙으로 바꾸고, 개발팀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납기를 맞추는 것. 물론 이것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쳤다.
로봇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AI가 우리 제품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경쟁사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다.
바쁜데, 왜 정작 중요한 고민은 하지 않는 걸까
한국인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정작 복잡하고 불편한 질문 앞에서는 멈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 멈출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경각심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 내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변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눈을 감고 있을수록, 눈을 떴을 때의 충격이 더 클 뿐이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개념은 '매몰 비용의 함정(Sunk Cost Trap)'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버리기 어려워서, 이미 잘못된 방향임을 알면서도 계속 가는 것. 이건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늘 새로 시작한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 지금의 내 업무 방식, 지식의 범위, 관심의 반경 — 이것들이 지금의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되고 있는가. 불편하지만, 이 질문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은 아니다. 그 변화를 내 문제로 삼지 않는 태도가 진짜 위협이다. 오늘부터, 조금 더 불편한 질문들을 내 것으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