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 기관과 함께한 사족보행 로봇 프로젝트에서 공식 검수 성격의 현장 시험을 세 번 치렀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다. 그 과정에서 PM이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배웠다.
검수는 기술 시연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현장 검수를 "기술을 보여주는 자리"로 이해한다. 틀렸다.
검수는 합의된 기준 위에서, 합의된 방식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다. PM의 역할은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다. 기술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현장에 나가면 반드시 깨진다.
1차 검수 전에 가장 먼저 한 일
첫 검수 일정이 잡히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장비 점검도, 리허설도 아니었다.
검수 기준을 문서로 합의하는 것이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현장에서 기준이 바뀐다. "저는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요"가 시작되는 순간, 그날 현장은 이미 실패 궤도에 오른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을 기준으로 삼고, 우리 팀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 간극이 현장에서 충돌로 터진다.
문서로 합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스펙 시트를 공유하는 게 아니다. "이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것인가"까지 양측이 동의한 상태여야 한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세 번의 검수를 거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검수는 준비에 있다.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알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잘 되겠지"를 기대하면 안 된다. PM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전부다. 그 돌발 상황조차 사전에 시나리오를 그려두었을 때 비로소 대응이 가능하다.
준비할 것은 로봇에서 끝나지 않았다. 카메라 구성과 장비 보험, 태블릿, 회선까지.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나간 현장은 어떻게든 티가 난다. 고객은 보통 그걸 느낀다.
소통은 두 방향이다
검수가 큰 문제 없이 끝나기 위해서는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도 두 방향 모두.
고객과의 소통은 기대치를 정렬하는 과정이다. 고객이 머릿속에 그리는 "성공한 검수"의 그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그림이 우리가 실제로 해낼 수 있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현장 전에 조율이 끝나 있어야 한다.
팀 내부의 소통은 실행의 문제다. 누가 어떤 항목을 담당하는지, 이슈가 생기면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불일치 상황에서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지를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현장에서 내부적으로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생기면 고객은 즉시 눈치챈다.
모든 요구사항을 다 맞출 수는 없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이면 요구사항은 반드시 충돌한다. 모두의 요구를 다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마지막 결과물의 윤곽은 이미 나와 있어야 한다. 완성된 그림이 아니더라도,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의 방향성은 초기에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 방향이 흔들리면 중간에 발생하는 모든 결정이 흔들린다.
PM은 그 방향을 처음부터 끝까지 쥐고 있는 사람이다.
돌아보면 의미 있는 세 번이었다. 사족보행 로봇을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시험하고 운영 조건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만큼 배운 것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명확하게 해야 할 것들이 있다.
기준은 더 빨리, 더 구체적으로 합의할 것. 현장과 공급자 사이의 간극은 미리 줄여둘 것. 검수가 "보여주기"가 아니라 "확인"이 되도록 처음부터 설계할 것.
검수는 현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첫 번째 미팅에서 이미 시작된다.